부모님이 유치원을 운영하는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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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일상

부모님이 유치원을 운영하는 n

by 월가의 영웅들 2024.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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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유치원을 운영하는 n
N과 나는 중학교를 같이 나왔다
N은 착한척하면서 묘하게 애들을 뒤에서 조종하는 역할을 했는데 이걸 파악하기 어려워하는 순진한 애들도 많았다
N는 기술가정 시간에 납땜을 하다가 내 무릎에 뜨거운 용액을 흘렸는데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는지 눈만 끔뻑이며 있었다
N은 사서 선생의 딸을 장난으로 밀어서 넘어뜨린 적이 있는데 이때 n은 사서 딸에게 미안하다고 싹싹 빌고 반 장난으로 무릎까지 꿇었다. 선물로는 양말을 내밀었는데 일부러 반에 애들이 많을때 보란듯이 사서 딸래미에게 전해주었다
그에 비하면 나에게는 상당히 인색한 수준의 행동이었다. N이 왜 나를 은근히 따돌릴려고 했는지 생각해보면 n은 우리 부모님의 교양을 부러워했나 싶다.
부모님은 학부모회 임원으로 학기에 한두번 학교를 방문하고는 했는데 n은 이것을 상당히 부러워했던 것 같다
본인 부모님도 학부모회 임원이었것만 부모님이 학교 오시는걸 부끄러워하는 눈치였다
N의 아버지는 학부모회 총무라며 교무실에 얼굴을 비추기는 했는데 유치원 원장이라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가볍게 나불대는 사람이었다
N의 어머니는 내가 대학교 졸업 후 얼굴을 보게 되었는데 n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유치원에서 영어를 가르쳐줄 알바생을 뽑아서 방문했었다
N의 어머니는 나를 까맣게 잊었는지 나를 위아래로 뜯어보며 외국어를 잘하면 ㅇㅇ 에서 일하지? 라며 톡 쏘며 말했다
N의 인성이 어디에서 나왔나 알만한 대목이었다

짐작가는 것이 한가지 더 있는데 n은 중3때 담임이었던 젊은 유부남 선생을 꽤 사모했다
물론 신체적인 접촉은 없었고 중학생 어린 여자애가 30대 중반의 남성을 사모하는 그런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유부남 선생이 사모의 대상이 될만한 것이 당시 교무실에는 최소 40 중반의 늙다리 선생들이 태반이었는데 그와중에 30대 유부남 선생의 등장은 꽤 혜성같았다
다만 반에서 내 성적이 가장 좋았기에 유부남 선생은 당연히 나에게 관심이 많았고 나름 친해지려 장난도 치셨다
내 성격상 그게 부담스러웠고 담임임에도 그 선생을 슬슬 피해다녔는데 n이 이걸 모를리가 없었다
N이 볼때는 나를 연적으로 여겼는지 n은 쉬는시간에도 교무실에 올라가 유부남 선생 주변을 맴돌았다
유부남 선생 과목이 과학이었기에 내딴에는 중요 과목이니 이걸 놓을수도 없어서 쉬는 시간에 종종 교무실에 갔는데 그때마다 유부남 선생 주변에서 뱅뱅 맴도는 n이 보였다
N은 내가 유부남 선생에게 질문이라도 할라치면 바로 뒤따라와서 나와 유부남 선생의 대화를 들었다
거의 그 선생만 따라다니는 강아지 한마리를 보는듯했다
고교 진학시에 나는 그 선생이 써주는 추천서 비슷한 것이 필요했는데 사실 없어도 되지만 더 좋은 조건으로 입학하기 위해서 내가 욕심을 부린것도 있다
당시 김영란 법으로 선생에게 선물을 주기는 뭣하고(그 선생도 선물은 잘 안받는 성격이었다) 예의상 가르쳐주셔서 감사하다는 편지를 써서 드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추천서 하나 받으려고 용을 썼다
어쨋든 항상 그 유부남 선생 주변을 맴도는 n은 내가 그 선생에게 감사 편지를 건네는 것을 보았고 그 이후로 나를 연적이라고 생각했는지 상당히 경계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유부남 선생도 좀 찐따같은 면이 있었는데 그 선생이 장난쳐도 내가 개정색을 몇번 했더니 그 이후로는 수업시간에 내가 하는 질문에는 묘하게 뾰족하게 대답한다던가 내가 어쩌다가 뭐라도 놓고오면 그날은 유독 훈수가 길었다
이런 상황이라서 내가 그 유부남 선생에게 마음에도 없는 감사편지 쪼가리를 건넬수밖에 없었는데 n은 그걸 그냥 연애편지로 받아들인듯 했다

N은 서민 주제에 감히 비올라를 전공하겠다는 단 꿈을 꾸었는데 얘도 어리기는 한것이 고등학교도 예고를 못갔고 비싼 과외를 붙일 수준이 못되는 가정 형편에도 중학교때 비올라를 끼고 다녔다
그녀가 고등학교는 인문계로 갔는데 그때도 비올라를 끼고 다녔는지는 모를일이다
나는 클래식을 가끔 들어서 지역내 교향악단 공연 일정을 보고는 하는데 연주자로 n은 단한번도 본적이 없다. 꼭 지연이라서라기 보다는 보통 이 지역 출신이 많이 멤버로 있는 지역 교향악단에서도 몇년째 n은 없었다
물론 인스타나 페북으로 n의 소식을 자세하게 알수 있지만 지역 교향악단에서 조차 활동하지 못하는 변변찮은 실력을 굳이 찾아보지는 않았다
N은 정말 졸업후 단한번도 본적이 없다 길에서도 어디에서도
그녀가 취미로 비올라를 즐길수는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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